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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코난/중·장문

[카이른] PANDORA 1, 2

by 뷰잇쥬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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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도 신이치 X 쿠로바 카이토 X 하쿠바 사구루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을 손에 넣은 순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막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그토록 바라고 기다려왔던 순간이 다가왔음에도 카이토는 웃을 수 없었다. 자신이 판도라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검은 조직 또한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집요하게 훼방을 놓았으니까.


 카이토는 건물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훑었다. 개막 때의 멀쩡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하얀 정장은 피와 먼지로 얼룩져 있었다. 괴도 키드의 마지막 모습이 이런 꼴이라니. 우습네. 카이토는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관객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 자신은 카이토가 아닌 키드로 돌아가야 했다.


 무대는 이제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무릎이 휘청거렸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세를 바로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그 틈을 타 제 목덜미를 내어줘야 할지도 몰랐다. 이곳은 자신의 무대와 동시에 무덤이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숨을 가다듬으며 옥상의 문을 밀어 열고 나갔다. 헬기의 조명이 괴도 키드를 기다렸다는 듯 등장과 동시에 환하게 비췄다. 사람들은 괴도 키드의 등장에 함성을 질렀다.

 모두가 키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Ladies … and Gentleman-!"


 환한 달빛이 괴도 키드에게 내려앉았다. 키드는 장갑을 집어 던지며, 움켜쥔 보석을 달을 향해 높게 들어 달빛에 비췄다. 숨어있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석 속의 붉은 보석. 너였구나. 내가 찾던 판도라가. 아,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키드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키드가 그 자리에서 못이 박힌 듯 미동도 하지 않자, 경찰들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기나긴 정적이 흘렀다. 언제나 악동 같은 미소를 짓던 키드가 평소와 다르게만 느껴졌다.


 괴도 키드의 뒤를 쫓아 옥상에 다다른 신이치와 사구루는 키드의 행색에 더는 다가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온몸에는 타박상과 총상으로 새하얀 정장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깊은 상처를 지혈도 하지 않은 듯, 피가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괴도 키드인 그를 더욱더 위태롭게 보이게 했다.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이 빅쥬얼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키드가 손을 벌리며 말하는 그 순간, 총성을 울려 퍼졌다. 경찰들은 물론 괴도 키드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당황하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키드는 피하려고 행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해서 소리친 쪽은 신이치와 사구루였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괴도 키드!"


 다시 제각기 다른 곳에서 총성이 울리자, 신이치가 키드를 향해 달려들어 밀쳐냈다. 탄환이 키드가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을 관통해 바닥에 박혔다. 신이치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에, 단숨에 키드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소리쳤다.


"야! 너 미쳤어?!"
"…글쎄요. 미친 걸지도."


 신이치가 몇 마디를 더 하려고 하자, 키드는 신이치를 손을 뿌리치며 다시 일어섰다. 이미 몸은 엉망진창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모습에 신이치는 기가 막혔다.


"안하던 짓을 하는 이유가 뭔데?"
"명탐정,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서."
"─너, 죽고 싶은거냐?"
"…쿠, 괴도 키드. 그게 지금까지 당신이 찾던 것이기 때문인건가요?"

 


 신이치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사구루의 말에 움직일 수 없었다. 이래서 탐정들이란… 생각지도 못하게 허를 찔려버렸네. 고개를 들자 자신을 주시하는 신이치와 사구루의 올곧은 눈과 마주쳤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아니 대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던 탐정들을 보자, 어쩔 수 없구나라고 느껴버렸다. 이제 끝도 왔겠다, 줄곧 괴도 키드를 쫓던 너희에게만큼은 말을 해야겠구나.


"이제, 괴도 키드 일은 끝이야."


 그런데,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거든. 탐정들과의 이야기는 그 뒤로 미루자. 나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 테니까. 애써 그들의 눈빛을 피하며 몸을 돌렸다. 이제 종장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들에게 마지막을 보여주어야 했으니까.

 키드는 손에 쥔 보석을 높게 들어 올리며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놈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가 원하던 판도라는 내 손에 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성이 울리고 키드의 옆구리에 탄환이 날아와 박혀 들었다. 신음과 동시에 키드는 휘청거리며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 사구루가 총알이 날아온 곳을 확인해 경찰에게 무전으로 지시하고, 신이치는 키드에게로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려는 찰나 손을 들어 신이치를 저지하는 바람에 신이치는 얼떨결에 달리는 것을 멈춘 채였다. 그런 신이치를 향해 키드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아직, 조금만 더…'
"저 바보가-!"
"…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비틀거리던 키드는 자세를 바로잡고, 준비했던 총을 꺼내 보석을 향해 겨누었다. 그 모습에 여러 곳에서 키드를 향해 탄환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신이치는 키드에게로 달려 몸을 밀쳐내자 그 반동으로 키드는 보석을 놓쳐버렸다. 그 순간, 그를 향해 날아들었던 탄환이 보석에 박혔다. 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보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붉은 보석이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잡아챘다. 그 순간, 손안에서 바스러졌다. 다시 손을 펴자, 손안에는 잔해만 남아있었다. 방금까지 보석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리듯. 판도라는 사라졌다.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그것을 깨닫자 허탈감에 주저앉았다.


"……"


 신이치는 자신의 품 안에서 힘겨운 듯 숨을 가쁘게 쉬는 키드의 상태를 살폈다. 최악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웃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쁘게. 고통이 꽤 심할 텐데도, 키드는 찡그림 하나 없이 웃었다.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던 신이치는 급하게 지혈하며 소리쳤다.


"이 바보야! 총알을 그냥 맞고만 있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 상관없어."
"상관없다고? 죽을 수도 있어!"


 키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잔해조차 남지 않은 판도라가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것 같이 눈에 아른거렸다. 키드는 허탈하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떨궜다. 원하는 것을 이뤘는데,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입 안이 썼다.


"다 끝났는데, 왜…"


 후련하지 않은 거야. 평소와는 다른, 앳된 목소리가 키드에게서 흘러나왔다. 아무런 흐느낌도 없이 키드는 그저 눈물만 흘렀다. 신이치는 그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용히 품에 안을 뿐이었다.

 

 사구루가 주위를 살피며, 신이치와 키드에게로 다가왔다. 신이치의 품안의 키드에게로 시선을 돌린 사구루는 키드에게로 손을 뻗다 멈칫하고는 손을 다시 떨궜다. 피로 물든 키드, 그의 모습에 사구루의 머리가 차게 식었다. 이대로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키드의 정체를 경찰에게 들킬 것이 분명했다.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구루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졌다. 아, 나 총 맞았었지. 누적된 피로가 몰려들어, 온 몸에 추를 매단 것 같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잠깐, 눈을 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 좀 잘게. 그리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이건 꿈이 분명했다. 어두운 공간에 자신이 서 있었으니까. 얼마나 서 있었을까, 무엇인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빛 한 줌 없는 공간임에도 어둠 그 자체였다. ‘어둡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은 형체가 없었음에도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둠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기괴함에 몸을 피하려고 했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발끝부터 휘감으며 자신을 먹어가고 있었다. 발버둥을 치고 싶었으나, 통제권을 잃은 상태로는 저항은 소용없는 짓이었다. 마침내 머리끝까지 어둠 속에 먹히는 순간, 눈이 뜨였다.

 

 

“…괜찮아?”

“악…!”

“무슨?!”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이는 신이치의 얼굴에 놀라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눈 뜨자마자 탐정이 보이면, 누구라도 놀란다고. 내 비명에 사구루가 놀라서 달려왔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말에 찔린 나머지 순순히 대답했다.

 

 

“아니, 놀라서…. 눈 뜨자 보이는 게 명탐정…이라?”

 

 

 내 말에 사구루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제야 현실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한 공간이었다.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이곳은 사구루의 저택이었다. 신이치와 사구루는 경찰 몰래 나를 이곳으로 옮긴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 범죄자인 내가 신세 좋게 이런 곳에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멍청한 탐정들. 내 자그만 혼잣말을 들은 신이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다, '잠시만'이라면서 사라졌다.

 

 

 뒤돌아 나서는 신이치의 뒷모습을 보다 문득 떠올랐다. 명탐정, 코난의 모습에서 다시 돌아온 지 한 달도 안돼, 한창 바쁠 텐데. 처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을 것이 분명한데…. 란도 걱정하겠지. 탐정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 그것도 경찰의 눈을 피해서 범죄자를 숨겨주고.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가까이 다가온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신이치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말하기를, 경찰들의 눈을 피해 신이치와 사구루가 병원에 가질 못하는 나를 이곳으로 옮겼고, 그날 나는 고열로 쓰러져 이틀이나 앓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노렸던 놈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는 바람에 놓쳤다고 했다. 죽은 듯이 잠만 자던 내가 평소와는 다르게 악몽을 꾸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거리자 신이치가 깨웠던 거였고.

 

 

 경찰이 잡을 거라 기대는 안 했지만 놓친 게 좀 아쉬웠다. 상황 판단을 끝내고 몸을 들춰보자 온 몸에 붕대가 가득했다. 이건 미라 같은데. 실없는 생각을 한 카이토는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고통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엉망진창이 된 내 옷과 짐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이거 누가 봐도 하쿠바 짓이네. 짐 중 텅 빈 주사기가 보였다. 역시, 고통이 없던 건 모르핀 때문이었구나. 역시 모르핀 최고. 물건들을 다시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하던 중, 등 뒤로 기척이 느껴졌다.

 

 

“키드”

 

 

 뒤도 돌지 않고, 짐을 마저 챙기며 말했다.

 

 

“왜 키드라고 불러?”

“무슨 소리야, 그럼 괴도 키드를 뭐라고 부르는데? 범죄자? 좀도둑?”

 

 

 와, 명탐정 엄청 뻔뻔하네. 몸을 돌려 신이치를 마주하며 말했다.

 

 

“너희 내 신상 다 털었겠지. 안 그래?”

 

 

 궁금한 건 못 참는 탐정들이 이틀을 그냥 버렸을 리가 없지. 신이치는 대답 대신 내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입 벌려.”

 

 

 신이치가 입을 벌려, 입안에 약을 쏟았다. 약들이 혀에 닿아 쓰게 느껴졌다. 쓴맛에 역해 반사적으로 뱉으려 하자, 신이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뱉으면 앞으로 맛을 못 보게 될 수도 있어.”

 

 

 분명 웃으며 말하는데, 살기 띤 눈이 진심인 것 같았다. 나는 신이치에게 물컵을 받아 억지로 삼켜내야 했다. 약을 삼켜내자 언제 왔는지 사구루와 신이치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뚫어질세라 노려보는 시선들에 여기서 당장 벗어나라는 키드의 본능이 경고음을 울렸다.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며 말했다.

 

 

“저기, 나 이제 갈게.”

“그 몸으로 어디 가려고?”

“하나도 안 아파서….”

“안 아프겠지. 모르핀을 맞으셨으니. 하쿠바, 분명히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고 했었지?”

“네, 그랬죠. 궁금하네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친 짓을 했던 건지.”

 

 

 신이치가 싱긋 웃으며, 갈 수 있으면 가보라며 손을 들어 마취총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닌 거 같네….”

 

 

 제 발로 걸어 나가긴 망한 것 같아, 결국 얌전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결국 신이치와 사구루의 압박에 못 이겨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도망칠 거라 생각했는지 둘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둘 다 나에게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눈빛이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탐정들이면서, 끝까지 나에게 먼저 묻지 않았다. 뭐, 어차피 끝난 마당에 더는 숨기는 것도 의미 없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나는 괴도 키드 2대야.”

“역시, 8년 전의 키드와 동일 인물일 리가 없지.”

“이틀 동안 나에 대해서 찾아봤다면 알겠지만, 8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키드 1대였어.”

“하?”

 

 

 신이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고.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 거라….”

 

 

 내 말에 조용히 듣고 있던 사구루가 물었다.

 

 

“빅쥬얼만 노린 이유가 뭐죠?”

“’판도라’라는 보석을 찾기 위해서야. 그 보석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

“아버지의 죽음…이라면…”

“판도라라는 보석에 관련되어 조직에서 사고로 위장해 살해당하셨거든. 뭐…, 이건 키드 일하다가 알게 된 거고. 그래서 조직보다 먼저 찾아내서 파괴하려고 했지.”

 

 

 조금 무거워지는 분위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아 간단히 덧붙였다.

 

 

“질문 있어?”

 

 

 내 말에 신이치와 사구루의 눈이 반짝였다.

 

 

“조직이 그저 보석을 원할 것 같지는 않아. 판도라라는 건 그냥 보석이 아니지?”

“응, 불로불사의 힘을 지닌 생명의 돌. ‘생명의 달을 만월에 바쳐라. 그러면 눈물을 흘릴 것이다.’ 보석을 만월에 비추면, 잠든 다른 보석이 달빛에 비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훔친 보석들을 달빛에 비춰본 후엔 돌려줬던 거였군.”

“그래.”

“너, …조직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

 

 

 신이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조직에 관해 물어볼 줄 알았다.

 

 

“네가 아는 그 이상?”

 

 

 두루뭉실한 대답이 신이치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리기에 얼른 덧붙여서 말했다.

 

 

“판도라를 쫓다 보니 조직에서 손 떼라고 협박하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탐정이 알고 있는 정보보다 더 아는 수준이야. 자주 마주치기도 했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신이치가 물러섰다. 더는 뭐라고 하지 않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탐정들과 대화 지친다…. 이제 어느정도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다, 사구루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구루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당신은 아무렇지 않습니까…?”

“뭐가?”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의 상황이지 않습니까….”

 

 

 사구루는 카이토의 말에서 이상한 괴리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마냥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은 저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을까? 대답은 아니었다. 이 순간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말을 잇는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자신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 상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게는 생각 안 해봤는데. …이제는 다 끝난 이야기잖아. 판도라는 파괴되었으니까.”

 

 

 한없이 가라앉은 분위기에 카이토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축하해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은퇴식이나 할까? 아, 잡혀갈라나.”

 

 

 신이치와 사구루가 반응을 하지 않자, 시시하다는 듯이 카이토가 입을 열었다.

 

 

“여튼 더 질문 없으면 여기서 끝! 이제 탐정들 차례야. 나를 경찰에 넘길 거야?”

 

 

 카이토의 눈이 신이치와 사구루를 보며 말했다. 흔들림없이 바라보는 눈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신이치와 사구루였다.

 

 

“…순순히 경찰에 잡혀줄 겁니까?”

“나 그래도 내가 범죄자인 거 인정한다고. 죄값은 치뤄야지.”

“남은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니까.”

 

 

 매번 만날때마다 당장이라도 감옥행 티켓을 끊어주겠다던 탐정들이 오늘은 유독 조용했다. 탐정들이 조용하자 오히려 물어본 내가 잘못한 기분이었다. 가만히 머리를 굴리는 신이치와 턱을 잡고 바닥을 내려다보던 사구루에게서 시선을 못 떼고 기다리는게 지루해지려는 찰나, 사구루가 입을 열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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