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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코난/중·장문

[유사카이] 黑白 1

by 뷰잇쥬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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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탐정코난 / 매직카이토
  • 쿠도 유사쿠 X 쿠로바 카이토
  • 불륜 소재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지금 어디예요?"

"밖인데."

"아, 호텔이에요?"

"응."

"그럼…, 나 가도 돼요?"

 

 

 전화기 너머의 카이토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르게 음습함이 느껴졌다. 제가 묻지 않아도 구구절절 이야기를 풀어냈을 아이는 오늘따라 별 말없이 제 허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머무는 호텔의 위치와 호실을 알려주자 '고마워요'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카이토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서둘러 문을 열었다. 이 곳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은 제 아들조차도 몰랐으니, 남은 건 그 아이 뿐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제 나이대의 교복을 차려입은 채로 서 있는 카이토가 보였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안겨 오는 아이에게는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던 음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착각이었던 것 걸까.

 

 원고를 쓰는 나를 배려하겠다며 소파에 앉아 기다리는 카이토를 위해, 룸서비스로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주문했다. 묘하게 들뜬 카이토가 귀엽게만 느껴져 잠시 원고를 밀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고 안 해도 돼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자신을 의아하게 보는 카이토의 바로 옆에 앉았다.

 

 

"글쎄, 적어도 지금은 손에 잡힐 것 같지는 않아서."

"나랑 놀아주려고요?"

 

 

 소파 옆자리에 앉는 나를 보며, 카이토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 모습에 내 안에 잠들어있던 감정이 슬그머니 제 존재를 알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정이 모습을 드러낼 때면, 한 구석에서는 또 다른 것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곤 했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 사실을 깨달을 때면, 나는 습관처럼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즐겁게 디저트를 먹던 아이의 표정에서 점차 어두운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감정을 억눌러가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같았지만,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들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카이토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었니?"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제 말에 당황하며 애써 고개를 젓는 카이토를 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카이토는 제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 창밖을 응시했다. 가끔 아무 말 없이 어른스러운 표정을 짓는 카이토를 볼 때면 유사쿠는 도이치가 떠올랐다. 내 친우이자, 카이토의 아버지. 아직도 소년일 뿐인 아이에게 억지로 저런 표정을 짓게 한 그가, 원망스러웠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대답을 회피하는 카이토에게 손을 뻗어 턱을 잡아 돌렸다. 시선을 피하던 것 치고는 저항 없이 끌려오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눈이 마주치자 청자색을 띈 눈동자가 가늘게 떨려왔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불안에 떨게 한 걸까. 제 안의 궁금증이 몸을 점차 부풀기 시작했지만, 그보다도 제 앞의 불안감에 몸을 떠는 아이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

"……."

"들을 준비는 되어있으니, 언제든 말하렴."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데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떨리는 눈동자를 보며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카이토의 머리를 살짝 헝클이며 말했다.

 

 

"그러려고 내가 있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마른 목을 축이려 자리에서 일어서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제 옷 소매를 잡는 손길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청자색 눈동자의 떨림이 멎어있었다.

 

 

"…날 사랑해요?"

 

 

 아이의 말에 입을 열려던 순간, 또 다른 말이 내 입을 멈추게 했다.

 

 

"쿠도 신이치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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